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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나무 케이크, 크리스마스 역사와 상징을 담은 프랑스 디저트 | 부쉬 드 노엘

byeoninc 2025. 12. 22. 22:36

통나무 케이크, 크리스마스 역사와 상징을 담은 프랑스 디저트 | 부쉬 드 노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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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라만상, 뉴욕 — 겨울의 끝자락, 우연히 들른 프랑스 빵집. 주문한 레몬에이드를 앞에 두고, 카페 빌보케(Café Bilboquet)의 낯선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겨울 날씨 때문이 아니라, 시큼한 레몬맛 탓에 몸이 잠시 떨렸다. 진열장 유리에 이름부터 생소한 케이크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부쉬 드 노엘(Bûche de Noël). 그리고 세 개의 케이크 이미지. 문득 학창 시절 교회에서 불렀던 성탄 캐럴이 떠올랐다. “노엘, 노엘—.”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무엇임은 분명해 보였다.

구글에 검색해 보았다. 통나무처럼 생긴 초콜릿 케이크—부쉬 드 노엘은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연말의 풍경이겠지만, 나에게 그것은 처음 마주한 풍습이자 설명 없이 건네진 이야기였다. 왜 케이크는 나무의 얼굴을 하고 있을까. 포크로 긁어 만든 거친 결, 눈처럼 뿌려진 설탕, 작고 정교한 버섯 장식들. 장식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진지했고, 디저트라고 하기엔 묘하게 침묵을 품고 있었다.

AI가 조용히 설명해 주었다. 아주 오래전, 프랑스 사람들은 가장 긴 밤에 장작을 태우며 겨울을 견뎠다고. 불은 추위를 막는 수단이자, 함께 모여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중심이었다고. 부쉬 드 노엘은 그 장작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케이크라고. 그제야 나는 이 통나무 모양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기억의 형태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방인인 나는 그 기억을 직접 살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자리에 앉아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케이크를 나눈다는 행위가 단순한 디저트 시간이 아니라, 한 해를 무사히 건너왔다는 암묵적인 인사라는 것을. 말 대신 달콤함으로 건네는 안부라는 것을. 그것은 단지 예쁜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아니라,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삶의 한 방식이었다. 오늘 나는 이 전통의 주인이 아니었고,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하나였다. 이 케이크를 통해 나는 잠시나마 다른 문화의 겨울 속으로 초대받았고, 그 온기는 이방인에게도 열려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진 찍었을 때 있었던 통나무 형태의 케이크가 금방 팔리고, 라즈베리로 붉게 물든 케이크 하나만 남아 있었다. 글을 쓰고 싶어서였을까, 프랑스의 전통을 더 알고 싶어서였을까. 무심코 그 케이크를 샀다. 일반 롤케이크만한 크기에 가격은 81달러, 한화로 약 12만 원. 카페 빌보케 로고가 찍힌 큰 종이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블루밍데일즈 백화점을 잠시 들렀고, 우카 오마카세 코스를 마친 뒤 맨해튼 버스 터미널에서 포트리행 158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오마카세 코스 중 제공된 공짜 사케를 세 잔쯤 마셨더니 취기가 올랐다.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아니, 사실은 마시지 못한다. 알코올이 몸에 맞지 않아 맥주 한 잔에도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런데도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처럼, 어제는 사케를 연달아 마셨다.

토요일 밤,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늦게 일어났다. 부쉬 드 노엘을 맛본 것은 오날 밤이 되어서였다. 한 입을 베어 무는 순간, 설명보다 감각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담백했고, 생각보다 달지 않았다. 겉은 붉었고, 속은 놀라울 만큼 부드러웠다. 달콤함 속에 남아 있는 은근한 쌉싸름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따뜻한 음료가 없어도 이상하게 몸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제야 나는 이 케이크가 단지 ‘맛있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쉬 드 노엘은 먹는 순간보다, 이해하려는 순간에 완성되는 케이크였다. 나는 여전히 이 전통의 중심에 서 있지는 않지만, 한 조각의 케이크를 통해 분명히 알게 되었다. 문화는 설명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조용히 맛으로 스며든다는 것을. 그리고 어떤 겨울의 불은, 이방인에게도 따뜻하게 남을 수 있다는 것을.

 카페 빌보케(Café Bilboquet, 26 E 60th St, New York, NY 100220)

빌보케(Bilboquet)는 컵앤볼 장난감, 또는 공받기 놀이로 나무 막대에 끈이 달려 있고, 끈 끝의 공을 들어 올려 막대 끝의 컵(또는 뾰족한 부분)에 받아내는 전통 놀이다. 영어로는 Cup-and-Ball Toy라고 한다. 16~17세기부터 유럽에서 즐기던 놀이로 단순하지만 집중과 균형이 필요하다. 이것은 어린 시절, 손의 감각, 반복, 인내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이다. 그래서 Bilboquet에는 유희 · 집중 · 아날로그 · 어린 시절의 기억같은 정서가 담겨 있다.

▲ 황후 콜택시 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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