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View more AI Justice ▲ Joonghwa Byeon
도쿄 | 2045년 5월 1일
증인이 법정에 들어섰지만, 누구도 단 한 가지 질문도 하지 않았다. 대신 투명한 디스플레이가 떠오르며 수년간 축적된 행동 기록, 위치 이력, 생체 정보, 금융 거래, 음성 샘플, 그리고 주변 환경 센서 데이터가 펼쳐졌다. 증인이 입을 열기도 전에 AI 사법 시스템은 그의 진술이 사실과 다를 가능성을 이미 계산해 놓고 있었다.
증언 절차는 정확히 12초 만에 끝났다. 한때 재판의 중심이었던 증인 진술은 이제 역사 속 전통에 가까운 절차가 되었다. 법원은 더 이상 사람이 기억을 떠올리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시스템이 이미 보존하고 있는 기록을 불러오기만 하면 된다.

수 세기 동안 사법은 인간의 기억에 의존해 왔다. 증인들은 자신이 보고, 듣고, 기억한다고 믿는 것을 이야기했고, 그 신빙성은 질문과 반대신문, 그리고 법정의 관찰을 통해 검증되었다. 기억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보다 나은 방법이 없었기에 법은 그것을 받아들여 왔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디지털 기록이 인간의 기억보다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모든 이동, 대화, 구매 기록, 그리고 확인 가능한 모든 상호작용은 이제 높은 정확도로 재구성될 수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형사 재판의 약 98%에서는 더 이상 증인 진술이 필요하지 않다.
변호사들은 오늘날의 재판을 “사람과 사람의 대화가 아니라 알고리즘과 알고리즘의 대화”라고 말한다. 피고인은 여전히 법정에 출석하고, 피해자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가족들도 재판을 지켜본다. 그러나 한때 법적 진실을 완성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거의 들리지 않는다.
법원 밖에서는 한 노인이 몇 주 동안 준비한 손글씨 진술서를 조용히 들고 서 있었다. 법원 직원은 그 종이를 단 한 페이지도 읽지 않은 채 정중히 돌려주었다.
“시스템은 이미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습니다.”
노인은 종이를 접어 가방에 넣고 천천히 법원을 떠났다. 또 하나의 법정이 침묵에 잠겼다. 정의가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제는 인간의 증언 자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법은 여전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다만, 더 이상 사람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을 뿐이었다.
글 | 변중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