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 스토리’는 라이드 서비스 마차가 고객을 태우고 도착한 장소 중에서 의미 있는 곳을 선택해 그 풍경과 이야기를 기록한 콘텐츠로, 미 동부 곳곳에 남겨진 한인들의 발자취를 따라 미국의 다양한 모습을 풀어낸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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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HA BOSTON — 7월이 되어야 보스턴은 비로소 봄을 건너뛰고 여름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그때서야, 보스턴의 진짜 아름다움이 모습을 드러낸다. 겨울은 지긋지긋할 만큼 길고, 습기를 머금은 추위는 살을 에인다. 영국에서 건너온 초기 정착민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그 혹독한 겨울을 견디지 못한 채 스러져갔다.
그러나 그들의 희생과 노고는 결코 헛되지 않았다. 그들이 남긴 지식과 학문의 토대는 오늘날 미국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었다. 하버드(Harvard),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그리고 필립스 아카데미(Phillips Academy) 같은 명문 교육기관들은 그 유산을 오늘까지 이어가고 있다.
5월 19일 화요일 오후 1시 26분, 마차 전화가 한 차례 울리다 끊어졌다. 그리고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보스턴 지역도 운행하시나요?”
아마도 구글에서 ‘마차 뉴욕’, ‘마차 뉴저지’, 혹은 ‘마차 워싱턴·버지니아’를 검색하다 연락을 주신 듯했다. 보스턴에는 명문 보딩스쿨이 많다 보니, 코네티컷이나 뉴햄프셔 등으로 이동하는 유학생 장거리 라이드 문의는 대부분 마차(Macha)로 이어진다.
손님에게 짧게 “넵”이라고 답장을 보내자마자 곧바로 전화가 걸려왔다. 목적지는 필립스 앤도버(Phillips Academy Andover)에서 카디건 마운틴 스쿨(Cardigan Mountain School)까지의 왕복 여정이었다.
전화에서는 단순한 이동 예약만이 아니라, 요청하신 마차 서비스와 유학 생활에 관한 이야기까지 이어졌다. 대화는 어느새 20여 분 가까이 흘렀고, 통화를 마친 오후 1시 51분에 왕복 여정 견적을 보내드렸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5시 58분, 예약 확정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5월 24일 오전 6시 50분. 미국 보딩스쿨 최상위 ‘티어’ 앤도버 기숙사 앞에서 또 하나의 마차 스토리가 시작된다.

▲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 기숙사에서 뉴햄프셔 카디건 마운틴 스쿨 여정
역사적으로 한국 조기유학의 상징적 인물로는 역사 시간에 한 번쯤은 접해봤을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의 저자 최치원(崔致遠)을 빼놓을 수 없다. 최치원은 남북국시대 통일신라 출신으로 당나라에서 유학한 학자이자 문장가, 관료였다.
『계원필경(桂苑筆耕)』은 최치원이 당나라 유학 및 관직 생활 시절 지은 시와 산문을 모아 886년 신라로 귀국한 뒤 직접 편찬한 문집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에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개인 문집으로 알려져 있다.
최치원의 유학 시절, 그가 불과 12세의 나이에 당나라로 유학을 떠날 때 아버지 견일은 “10년 안에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면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진다. 오늘날 자녀를 미국 최고 명문 사립학교인 필립스 앤도버와 같은 학교에 보내며 성공을 기대하는 한국인 부모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는 대목이다. 시대는 천 년이 넘게 바뀌었지만, 자녀의 미래를 향한 부모의 교육열만큼은 여전히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치원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당나라 유학 7년 만인 874년(경문왕 14년), 18세의 나이로 예부시랑 배찬(裵瓚)이 주관한 빈공과(賓貢科·당나라가 외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과거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이는 당시 신라 출신 유학생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뛰어난 성취로 평가된다.
보스턴 출구 99A
입학이 허락된 학생과 그들의 학부모 만이 들어설 수 있다. 학교가 도시 그 자체인 앤도버(Andover)에!

미국 명문 보딩스쿨인 앤도버는 미국 동북부 매사추세츠(Massachusetts) 북동부에 위치한 전형적인 뉴잉글랜드(New England) 도시다. 인구는 약 3만 5천 명 규모로 크지 않지만, 교육 수준이 높고 치안이 우수하며 주거 환경이 쾌적해 미국 내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로 평가받는다.
앤도버는 필리스 아카데미 앤도버(Phillips Academy Andover)의 본고장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1778년 설립된 필립스 아카데미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대학예비학교 가운데 하나로, 수많은 정치인, 기업인, 학자, 외교관을 배출했다.
도시는 보스턴(Boston) 에서 북쪽으로 약 25마일(약 40km) 떨어져 있어 차량으로 30~40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다. 또한 보스턴 로간 국제공항(Boston Logan International Airport)과도 가까워 국제학생들이 생활하기에 편리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앤도버의 분위기는 화려한 대도시보다는 조용하고 학구적인 대학도시와 비슷하다. 넓은 녹지와 역사적인 건물, 잘 정비된 주택가가 어우러져 있으며, 교육을 중시하는 지역 문화가 강하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미국 명문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에게는 ‘안전하고 교육적인 유학 도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앤도버는 “미국 최고 명문 보딩스쿨을 중심으로 성장한 전통적인 교육도시” 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최치원이 유학했던 당시 당나라 장안이 동아시아 최고의 학문 중심지였던 것처럼, 오늘날 세계 각국의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드는 교육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 필리스 아카데미 앤도버 기숙사. 마차 기사는 새벽 6시 50분 이곳에서 학생을 모셨다.
필립스 앤도버의 기숙사는 겉보기에는 의외로 평범했다. 캠퍼스 곳곳에 비슷한 형태의 기숙사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중앙에는 넓은 잔디밭과 아름드리 나무들이 하늘 높이 뻗어 있었다. 화려함보다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앤도버의 기숙사는 단순한 숙소가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며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 공동체다. 교사들이 학생들과 같은 기숙사 또는 인근에서 생활하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상급생 멘토들이 후배들의 학교 적응을 돕는다. 이러한 공동체 중심의 기숙사 문화는 앤도버 교육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특히 90% 이상의 교직원이 캠퍼스 내 또는 인근에 거주하며 학생 생활을 밀접하게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각 기숙사에는 교사 부부가 함께 생활하는 하우스 카운슬러(House Counselor) 제도가 운영돼 학생들의 학업과 생활을 돕고 있다. 이러한 기숙사 문화는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가 단순한 학교를 넘어 하나의 교육 공동체로 평가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의 상징, 조지 워싱턴 홀(George Washington Hall)

▲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 조지 워싱턴 홀(George Washington Hall)
George Washington Hall 은 Phillips Academy 캠퍼스의 중심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랜드마크 건물이다. 학생들과 졸업생들은 보통 이 건물을 “GW” 라고 부른다.
1925~1926년에 건립된 이 건물은 미국의 저명한 건축가인 Charles Platt가 설계한 작품으로, 학교의 행정 중심지 역할을 맡아왔다. 건물 이름은 미국 초대 대통령인 George Washington 에서 따왔다. 당시 이사회 구성원이었던 Thomas Cochran이 거액을 기부해 건립을 지원했으며, 로비에는 Gilbert Stuart가 그린 조지 워싱턴 초상화가 걸려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건립 당시에는 교장실, 등록처, 재무실 등 학교의 주요 행정 부서가 입주했으며, 1,2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강당도 함께 조성되었다. 오늘날에도 학교의 대표 행정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1990년대에는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공연예술 시설이 확충되었다. 현재는 행정 사무실뿐 아니라 드라마 및 예술 프로그램 공간, Tang Theater, Steinbach Theater 등 공연·문화시설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특히 조지 워싱턴 홀은 필립스 아카데미의 대표적인 잔디광장인 Greener Quad를 마주보고 서 있어, 학교 홍보 사진과 졸업앨범, 공식 행사 사진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건물 가운데 하나다. 학생들에게는 단순한 행정 건물을 넘어 학교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사무엘 필립스 홀(Samuel Phillips Hall)

▲ 사무엘 필립스 홀(Samuel Phillips Hall) – 성경은 말한다. “문은 두드리는 자에게 열린다.”
사무엘 필립스 홀(Samuel Phillips Hall)은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의 상징적인 학술 건물 가운데 하나로, 학교 설립자인 Samuel Phillips Jr. 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1924년에 건립된 이 건물은 캠퍼스 중앙의 그레이트 쿼드(Great Quad)를 마주하고 있으며, 앤도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꼽힌다.
건물은 식민지 부흥 양식(Colonial Revival)으로 설계되었으며, 높이 약 117피트의 시계탑이 특징이다. 특히 앤도버를 상징하는 푸른색 시계는 학생들과 졸업생들에게 친숙한 학교의 상징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사무엘 필립스 홀에는 역사·사회과학 및 외국어 관련 학과들이 자리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흔히 이 건물을 “Sam Phil”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단순한 강의동을 넘어 앤도버의 학문적 전통과 학교 정신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카디건 마운틴 스쿨(Cardigan Mountain School)
가나안(Canaan)은 성경에서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에게 약속한 땅, 즉 ‘약속의 땅(Promised Land)’ 으로 등장한다. 대체로 오늘날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름단 일부 지역에 해당한다.
성경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나안으로 이주했으며, 이후 이스라엘 민족은 이집트 노예 생활과 출애굽을 거쳐 40년 광야 생활 끝에 가나안 땅에 들어갔다. 따라서 가나안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 희망, 믿음의 성취를 상징하는 장소로 여겨진다. 오늘날 기독교에서는 가나안을 흔히 “목표를 향한 여정의 종착지”, “꿈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 또는 “영적 안식처”를 의미하는 상징적 표현으로도 사용한다.
이번 마차(Macha) 손님은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Phillips Academy Andover)에 재학 중인 10학년 한국인 학생이었다. 그의 목적지는 뉴햄프셔주 가나안(Canaan)에 위치한 카디건 마운틴 스쿨(Cardigan Mountain School)이었다.
이날은 그의 동생이 카디건 마운틴 스쿨(중학교)을 졸업하는 날이었다. 한국에서 도착한 부모님도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하고 있었다. 더욱 뜻깊은 것은 동생 역시 최근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에 합격해 올가을부터 9학년으로 새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형이 걸어온 길을 따라 동생도 미국 최고의 명문 보딩스쿨 가운데 하나인 앤도버의 문을 열게 된 것이다.

▲ 카디건 마운틴 스쿨(Cardigan Mountain School) 입구
미국 최고의 명문 사립고등학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필립스 아카데미 앤도버(Phillips Academy Andover)를 구경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보스턴에서 차를 몰고 북쪽으로 향해 99A 출구로 나가면 아름다운 뉴잉글랜드 풍경 속에 자리한 앤도버 캠퍼스를 만날 수 있다. 넓게 펼쳐진 잔디와 고풍스러운 건물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모인 학생들이 오가는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명소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캠퍼스를 둘러보는 것과 그곳의 학생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수많은 학생들이 꿈꾸는 학교이지만, 실제로 그 문을 통과하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뛰어난 학업 성취는 물론이고 인성, 리더십, 도전정신, 그리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춘 학생들이 세계 각국에서 경쟁한다. 그렇다면 필립스 앤도버에 입학한 학생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그 문을 열게 되었을까. 그들은 어떤 꿈을 품고 있으며, 어떤 준비를 해왔을까.
이번 마차(Macha) 여정에는 그 해답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앤도버에 재학 중인 학생과 그의 가족, 그리고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는 동생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명문학교 입학이라는 결과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발견하게 된다.
그 비밀이 궁금하신 분들은, 마차(Macha)에 올라타 보자. 이야기는 길 위에서 시작된다.
— 마차 스토리(馬車故事)
포트리 - 필립스 앤도버
뉴욕공항에서 보스턴으로 가는 마차 손님도 많이 계시다. JFK 뉴욕공항에서 뉴저지 한인타운 포트리를 거쳐 필립스 앤도버까지 가는 여정은 다음과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