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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세나 파크 ㅡ 나의 작은 행복

byeoninc 2026. 6. 10. 02:49

 View more DIASPORA STORIES  Helen Fang

미국에서 바쁜 이민 생활을 하다 보면 문득문득 고향의 산과 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봄이면 산마다 어김없이 피어나던 진달래꽃, 사계절 흰 눈을 이고 서 있는 백두산과 거울처럼 맑고 아름다운 천지, 그리고 짝꿍 친구들과 부모님 몰래 겁 없이 정상까지 오르곤 했던 군함산. 세월은 흘렀지만 그 풍경들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뉴욕 퀸즈 Kissena Park에 위치한 키세나 파크 호수(Kissena Lake)

그렇게 정든 고향을 떠나 미국온지 20여년,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의 안정을 둘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내게 언제 찾아가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 있다. 바로 내가 사는 제2고향인 뉴욕 플러싱의 키세나 파크이다.

가끔 주말이면 세상이 잠들어 있는 시간에 나는 키세나 공원으로 향한다. 신선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걷기 시작하면 몸도 마음도 깨어난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여명의 빛은 하루를 시작하는 나에게 조용한 희망을 건네준다.

공원 한편에서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라인댄스를 즐기는 중국인 아줌마들이 그룹 4ㅡ5곳이 있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환하게 웃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삶의 무게도 잠시 잊게 된다. 젊음과 나이를 떠나 모두가 하나 되어 움직이는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테니스 코트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누군가는 처음 라켓을 잡고 서툰 스윙을 연습하고, 누군가는 오랜 경험을 나누며 다른 이들을 가르친다. 공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함께 웃고 배우는 모습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따뜻한 정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곳은 키세나파크 중앙의 아름다운 호수이다.

잔잔한 물결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흰 백조 한 쌍은 언제 보아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서로를 의지하며 나란히 헤엄치는 모습은 마치 평생을 함께 걸어온 부부의 모습 같다. 말없이 곁을 지켜주는 동반자의 소중함을 그 백조들은 내게 가르쳐 준다. 괜시리 부럽기까지 하게한다.

호수 가장자리에는 거북이들이 따뜻한 햇살을 즐기고, 물속에서는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헤엄친다. 그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의 걱정과 근심도 잠시 멀어지는 듯하다.

가을의 키세나 파크는 더욱 특별하다. 붉고 노란 단풍이 호수를 둘러싸고 물 위에 비친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은 계절의 인사를 건네고, 나는 그 아름다움 속에서 자연의 숨결을 느낀다.

 뉴욕 퀸즈 Kissena Park에 위치한 키세나 파크 호수(Kissena Lake)

겨울이 오면 세상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하얀 눈이 나무와 산책길을 덮고 공원 전체가 고요한 침묵 속에 잠긴다. 그 적막함 속에서도 자연은 쉼 없이 다음 봄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쩌면 내가 키세나 파크를 사랑하는 이유는 이곳이 어린 시절 고향 산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백두산 천지의 맑은 물빛과 키세나 호수의 잔잔한 물결은 서로 닮아 있고, 군함산을 뛰어오르던 소년의 마음은 지금도 새벽 공원을 걷고있는 내 안에 살아 있다.

키세나 파크는 내게 단순한 공원이 아니다. 건강을 위한 운동장이며, 사람들과 웃음을 나누는 광장이고, 때로는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작은 자연학교이다. 무엇보다 바쁜 이민 생활 속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여유와 감사함을 되찾게 해주는 소중한 쉼터이다.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백조들을 바라보며, 오늘도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긴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을 찾아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내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집에서 가까운 키세나 파크에 있다. 새벽 햇살이 나무 사이로 스며들고, 백조 부부가 호수 위를 유영하며, 사람들이 웃음 속에 하루를 시작하는 이곳ㅡ 키세나 파크는 오늘도 내 삶을 더 건강하게, 더 따뜻하게,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글 | 헬렌 방(Helen Fang)

*편집자주

Kissena Park에 위치한 키세나 파크 호수(Kissena Lake)는 뉴욕 퀸즈를 대표하는 자연 휴식 공간이다. ‘키세나(Kissena)’는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로 ‘시원한 물(It is cold)’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호수 주변에는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낚시 공간, 피크닉 시설이 잘 조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철새와 물새를 관찰할 수 있는 생태 공간으로도 알려져 있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퀸즈의 대표적인 공원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