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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아버지

byeoninc 2026. 6. 22. 23:36

매년 6월이 되면 상점들은 아버지의 날 카드와 바비큐 도구, 그리고 “세상 최고의 아빠(World’s Best Dad)” 라고 적힌 머그잔들로 가득 찬다. 그러나 그날은 찾아온 만큼이나 빠르게, 조용히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진다.

그 침묵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해준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아버지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저귀를 갈고, 학교 행사에 참석하며, 자녀에게 “사랑한다.” 는 말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아이들은 삶 속에서 아버지의 지속적인 존재를 경험하지 못한 채 성장하고 있다.

아버지는 자신의 젊었을 적 사진에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겼다. “낯선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고요한 침묵이 나를 감싼다. 고독이 나를 집어삼키려 할 때, 희망은 미지 속에서 길을 찾는다. 아무도 답하지 않는 질문 속에서 길을 잃었지만, 두렵지 않다. 해는 서서히 지고, 그림자는 나를 따라온다. 땅의 고요함 속에서 나를 찾았으니, 홀로 있음은 고독이 아닌 자유였음을.”

현대 사회는 독립을 찬양한다. 우리는 스스로 길을 개척하고, 자신의 꿈을 좇으며,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라고 배운다. 그러나 아버지의 날은 우리가 종종 잊고 살아가는 한 가지 진실을 조용히 일깨워 준다.

그 누구도 혼자 자라지 않는다.

아버지는 단지 생계를 책임지거나 규칙을 세우는 사람이 아니다. 가장 좋은 모습의 아버지는 불확실한 순간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감을 주고, 실패 뒤에 다시 일어설 용기를 북돋우며, 스스로를 의심할 때조차 “나는 너를 믿는다.” 는 조용한 확신을 건네는 사람이다.

물론 모든 아버지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버지는 부재했고, 어떤 아버지는 보호보다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상처 입은 아버지상을 해결하는 길은 아버지의 가치를 포기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좋은 아버지란 무엇인지를 다시 발견하는 데 있다.

아버지의 날은 완벽한 아버지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다. 곁에 남기로 선택하고, 귀 기울여 들어주며, 묵묵히 가족 곁을 지켜온 사람들의 조용한 영향력을 기억하는 날이다.

한 사회가 잃는 가장 큰 것은 언제나 부나 권력, 혹은 기술로 측정되지 않는다.

때로 그것은 한 아버지가 변함없이 곁에 있어 주는 존재감으로 측정된다.

글 | 변중화